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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집 ]
09 September 2023



거기에 있었으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는 그저 하나의 모서리.
움푹 패인 단면.
길의 주름.


나는 표면이 쓸려나가고
바람이 뼈대 사이를 드나들 때서야
어쩌면 그 곳에 삶이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자주 만나러 갔다.
팔꿈치에 햇빛이 꺾이고
빗물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유난히 마른 화석을.


발 아래
소리가 모이던 웅덩이에서
희미한 내 얼굴을 볼 때까지.


언젠가 그 곳에도
파도가 들이쳐
여백을 깎아내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퇴적할
것이다. 달이 뜨고 질 때마다
공허를 끌고 들어갔다 다시 쓸어 나올 것이다.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과연 저 앙상한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허공에 지층을 새기며 붙잡은 초상은 무엇으로 남을까.


바람이 가득했다.
그 빈 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