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Map   ② Introduction    Void archive    A bite of void    Essay
[ 8월 26일 떠오르는 것들. ]
26 August 2023




한국에 왔다. 2년 만이다. 네덜란드에 살기 시작하고 3번째 방문이다. 고향이 두 조각으로 나뉜지는 4년째이다. 그러니까 나에겐 ‘네덜란드 집’이 있고, ‘서울 자취방’이 있고 경기도의 ‘본가’가 있다. 오랜만에 간 교회 어른들은 묻는다. 아주 들어온 것이냐고.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내년 이맘때엔 내가 네덜란드에 있을 지, 서울에 있을 지, 아니면 뜬금없이 베를린에 있을 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내 명함엔 주소가 없다. 전화번호는 두개이지만 때에 따라 둘 중 하나만 연결된다. 슈뢰딩거의 전화번호같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너무너무 설레면서도 심난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카운트 다운을 세고 있었다. 만나기 전에 헤어짐을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 습관인가. 고향이 두 곳이라는 것은 그리움이 두 배라는 것이다. 네덜란드에 있을 땐 한국이 그렇게도 가고싶고, 한국에 있을 때는(이번엔 짧게 있기때문에 안 그럴 것 같다만) 유럽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싶다. 두 곳 이상에 적을 두며 살아간다는 것은 화려할 수 있지만 그건 비행기 값이 아무렇지 않을 떄의 이야기겠지. 이제 활동하기 시작한 나로써는 오늘 하루는 두 눈 중 어느 쪽 눈을 뜬 채 살아갈까 하는 정도의 답답함으로 크게 다가온다.




한반도를 (아마도 남쪽만…) 똑 떼어다가 유럽 어딘가에 붙여놓으면 너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석회수는 조금 힘들지만… 위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 모나코 바로 아래쪽이 괜찮겠다. 그리스 왼쪽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나는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한국과 유럽을 왕래하며 비슷한 밸런스로 활동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미래는 알 수 없다. 일년 뒤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 한국에 있는 한 달 반 여의 시간동안 나는 다시 네덜란드에 머물 수 있는 힘을 충전하고 가겠지. 그리움은 이미 완충이 되어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