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Map   ② Introduction    Void archive    A bite of void    Essay
[ 원 ]
17 June2023





이응, 영, 동그라미, 원, 이들은 어디가 시작점이든 끝이든 상관없는 모양을 가졌다. 같은 길을 반복하는 모양들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수영장 50미터 레인을 왕복을 반복한다. 수영의 행위 속에는 의심은 없다. 슬리퍼를 쩍쩍 끌고 들어와서는 수경을 착용하고 적당히 차가울 것 같은 물의 온도를 머릿속으로 한번 생각한 후 물속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반대 끝으로 출발, 항상 예상보다 멀게 느끼지만, 도착. 숨을 고른 후 망설임 없이 반대쪽으로 돌아 발을 구른다. 반복의 정도는 각자의 결심에 달렸다. 레일로 찬 공간에 입장한 후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누구와 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지,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도 없고 반복 후에는 체력소모와 근육을 얻어간다.

최근에 읽은 미키 7에 우주선 중간쯤 위치한 회전목마도 비슷하다. 원형을 그리며 움직이는 러닝 레일 같은 것, 그 옆에서 미키 반스는 더 이상 뛰지 않고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 왜냐하면 미키는 죽기 위해 살고, 죽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일을 하는 와중에 허무를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인류를 구하는 이야기보다는 본인을 허무에 매몰시키지 않고, 허무의 조건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출해 내는 영웅적 이야기이다. 스스로를 구한 현명한 미키는 앞으로도 우주에서 최선을 다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는 봉준호 감독도 비슷하게 미키를 이해했을까 궁금해하며 티저를 보았다. 로버트패틴슨이 원형 재생기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카메라가 360도 회전을 하며 줌을 당긴다. 여기 저기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