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먹는 맥주 ]
15 July 2023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을 꿈꿨고, 현재 그 꿈을 이룬채 살아가고 있다. 나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본인이 바랐던 직업으로 넉넉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 한다. 나는 그 친구들 보다 공부를 조금 더 했고, 조금 더 오래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생활했다. 지원을 받아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한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경제적 독립을 제발 바라왔다. 왜 그랬을까? 나는 경제적 독립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 특히 부모님은 당연히 당신의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 기대에서 오는 걱정이 있다. 그리고 그 걱정들은 일상적이지만 뼈가있는 질문들로 나에게 찾아왔고, 그에대한 대답들은 나의 자신감과 야망으로 가득찬 이상적인 대답으로 거짓말은 없지만 과장이 섞인, 대답을 위한 대답이었다.
대학원 졸업이후 1년이 지나, 마침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일을 구해 경제적 독립을 했다. 독립에서 오는 자유는 짜릿했다. 스스로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은 이 현실세상을 드디어 나 자신을 주체로 살 수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하지만 맘편히 이기적으로 사용했던 나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방향으로 바뀌면서 책임감으로 찾아왔고, 불확실한 미래의 리스크를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찾아왔다.
현재 나는 일주일을, 3일은 가구를 주된 상품으로 하는 회사에서 빌딩크루의 일원으로 일하고, 하루는 다른 작가를 위한 외주 작업, 나머지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한 창작과 휴식으로 보내고 있다. 지원을 받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고,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도 자유롭게 소비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의 허무함을 느낀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일 것이다. 때문에 그 괴리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는 불가피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냐는 것이다.
내가 최근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내 사업을 제외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타인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 효율과 돈으로 계산된다는 점이다. 나는 나도모르게 일하는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간을 값어치로 계산하고, 때로는 값지게 보낸 시간을 돈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면, 이렇게 되어버린 자신에게 혐오를 느낀다.
내가 꿈꾸는 멋진 예술가는 작업에 본인을 진정성있게 담고, 지름길을 찾지 않고, 거쳐야 하는 절차를 차례차례 지려밟고 가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예술가를 꿈꾼다. 하지만 내가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작업들은 효율적인 지름길이 중요하고, 나의 정체성보다는 profit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이 우선이다. 사실 내가 돈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도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들이고, 분명히 그 안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이 있다. 또한 거기서 따라오는 돈은 나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
나를 부럽다고 했던 친구들은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자유에서 오는 낭만에서 부러운 마음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나는 그 친구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친구들이 일해서 번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듯, 나 또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창작이라는 취미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업과 생업이 주객전도 되면서 느끼는 허무감이다.
나에게 ‘이상과 현실’은 ‘자유와 돈’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나의 이상은 자유고 그걸 저지하는 현실은 돈이다. 지금 내가 가장 무서운 점은 자유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지금 진정한 마음의 자유나 창작의 자유보다는 물질적인 자유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제 간신히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를 벌고 있지만, 그토록 혐오하던 돈이 세상의 전부인양 얘기하고 본인의 경험을 창업’신화’라고 얘기하는 야채가게 사장과 예술가의 탈을 쓰고 돈자랑으로 가사를 채운 랩퍼들에게서 영감을 얻는 자신을 마주치게 되면서 자기혐오와 허무감을 지친 몸으로 견딘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사랑하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들은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고 이는 체력과 기술을 요한다. 나는 아직 젊고, 가진 기술이 있기에 벅차지만 감당할 수 있다. 진정으로 바라는 삶을 위해 고생을 하는 것도 나름 멋지고 낭만적인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에세이도 먼 훗날 젊은 날의 건강한 추억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나는 지금 일주일을 쪼개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6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햄버거와 맥주는 맛있다.
15 July 2023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을 꿈꿨고, 현재 그 꿈을 이룬채 살아가고 있다. 나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본인이 바랐던 직업으로 넉넉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 한다. 나는 그 친구들 보다 공부를 조금 더 했고, 조금 더 오래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생활했다. 지원을 받아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한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경제적 독립을 제발 바라왔다. 왜 그랬을까? 나는 경제적 독립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 특히 부모님은 당연히 당신의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 기대에서 오는 걱정이 있다. 그리고 그 걱정들은 일상적이지만 뼈가있는 질문들로 나에게 찾아왔고, 그에대한 대답들은 나의 자신감과 야망으로 가득찬 이상적인 대답으로 거짓말은 없지만 과장이 섞인, 대답을 위한 대답이었다.
대학원 졸업이후 1년이 지나, 마침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일을 구해 경제적 독립을 했다. 독립에서 오는 자유는 짜릿했다. 스스로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은 이 현실세상을 드디어 나 자신을 주체로 살 수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하지만 맘편히 이기적으로 사용했던 나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방향으로 바뀌면서 책임감으로 찾아왔고, 불확실한 미래의 리스크를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찾아왔다.
현재 나는 일주일을, 3일은 가구를 주된 상품으로 하는 회사에서 빌딩크루의 일원으로 일하고, 하루는 다른 작가를 위한 외주 작업, 나머지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한 창작과 휴식으로 보내고 있다. 지원을 받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고,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도 자유롭게 소비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의 허무함을 느낀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일 것이다. 때문에 그 괴리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는 불가피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냐는 것이다.
내가 최근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내 사업을 제외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타인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 효율과 돈으로 계산된다는 점이다. 나는 나도모르게 일하는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간을 값어치로 계산하고, 때로는 값지게 보낸 시간을 돈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면, 이렇게 되어버린 자신에게 혐오를 느낀다.
내가 꿈꾸는 멋진 예술가는 작업에 본인을 진정성있게 담고, 지름길을 찾지 않고, 거쳐야 하는 절차를 차례차례 지려밟고 가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예술가를 꿈꾼다. 하지만 내가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작업들은 효율적인 지름길이 중요하고, 나의 정체성보다는 profit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이 우선이다. 사실 내가 돈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도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들이고, 분명히 그 안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이 있다. 또한 거기서 따라오는 돈은 나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
나를 부럽다고 했던 친구들은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자유에서 오는 낭만에서 부러운 마음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나는 그 친구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친구들이 일해서 번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듯, 나 또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창작이라는 취미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업과 생업이 주객전도 되면서 느끼는 허무감이다.
나에게 ‘이상과 현실’은 ‘자유와 돈’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나의 이상은 자유고 그걸 저지하는 현실은 돈이다. 지금 내가 가장 무서운 점은 자유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지금 진정한 마음의 자유나 창작의 자유보다는 물질적인 자유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제 간신히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를 벌고 있지만, 그토록 혐오하던 돈이 세상의 전부인양 얘기하고 본인의 경험을 창업’신화’라고 얘기하는 야채가게 사장과 예술가의 탈을 쓰고 돈자랑으로 가사를 채운 랩퍼들에게서 영감을 얻는 자신을 마주치게 되면서 자기혐오와 허무감을 지친 몸으로 견딘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사랑하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들은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고 이는 체력과 기술을 요한다. 나는 아직 젊고, 가진 기술이 있기에 벅차지만 감당할 수 있다. 진정으로 바라는 삶을 위해 고생을 하는 것도 나름 멋지고 낭만적인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에세이도 먼 훗날 젊은 날의 건강한 추억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나는 지금 일주일을 쪼개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6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햄버거와 맥주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