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ty of Stars ]
07 October 2023
나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의 1/5인 거의 천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거대한 도시. 내가 자란 동네는 외각의 주거단지라 비교적 조용했으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 면 쉽게 번화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번화가에는 늘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게들은 몇 년이 지나면 자취를 감추었고,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탄생했다. 해외에서 살게 되어 한국에 1년에 한번이나 들어가게 되자, 그 사실은 더욱 선명해졌다. 작년에 갔던 거리와 올해에 간 거리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고, 건물은 점점 더 새롭게 리모델링 되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서울에 오니 별천지 같아’라는 말을 입버릇처 럼 하게 되었다.
내게 익숙한 또 다른 도시는 조부모님이 사는 도시이다. (도시 이름은 밝히지 않을테니, 당신 주변 의 작은 도시를 떠올려 보시길.) 서울에 비해 그 곳은 모든 변화가 느렸다. 건물은 여전히 낮았고, 다니던 가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며, 길도, 강도, 다리도, 사람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 다. 그것은 정감이 갔으나, 많은 경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관리되지 않아 걷잡을 수 없이 낡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곳이 다 낡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통 가옥이 모여있는 거리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탔고, 많은 젊은이들이 놀러 왔다. 나 또한 대학생 때 친구들과 그 거리에 놀러갔고, 그 거리의 모습은 내가 십년 넘게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음식, 색다른 숙소, 잘 꾸며진 가게들! 하지만 정작 그 도시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던 할머니는 그 거리를 가지 않은 지 10년이 넘으셨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그 거리로 나들이를 갔지만, 우리는 입구 쪽에만 잠시 머물다가 돌아왔다.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셨고, 거리는 우리가 천천히 산책하기엔 너무 붐볐다. 관광 거리에는 매일매일 갱신되는 핫!플레이스가 가득했지만 그 외의 도시 주민의 일상을 채우는 대부분의 공간들은 그저 해안가 방파제처럼 시간에 부딪혀 낡아가고 있었다. 통계는 2000년 이후 로 그 도시의 0-30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더 큰 도시로? 서울로? 그렇다면 무엇을 위하여?
도시에도 별이 뜬다. 지상의 별이. 밤이 되면 안에서 켠 등으로 환하게 빛나는 유리 건물들, 수많 은 네온사인과 가게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 도로에 길게 늘어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마치 내가 은하의 일부이고, 별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곳. 고백하자면 나 또한 대도시와 핫 플레이스를 사랑한다. 기반시설, 식당, 카페, 이벤트, 인파, 내 삶을 다양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러나 이따금 기억으로만 남은 옛 동네의 모습이 생각날 때라던가, 번화가의 사 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라던가,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린 전통거리 앞에서 멈춰선 힐머니의 발걸음이 떠오르면 머리 속에 물음표가 뜬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을 가진다. 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과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힘의 균형을 이룰 때 빛을 내며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별이 엄청나게 커지면 내부에서 아무리 폭발이 일어나도 중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져 중앙의 한 점으로 모이게 된다고 한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별이 자신의 중력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블랙홀이라고 되는 것이다. 도시의 중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나는 몇몇 도시에 관한 노래를 좋아한다. 한 노래는 말한다.. “All I see is lonely people in clouded room
…This city gonna break my heart, this city’s gonna love me and then leave me alone, this city got me chasing stars…” 그리고 다른 노래에서는 말한다. ”city of star, are you shining just for me, city of star, there’s so much I can’t see”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City of stars, you never shine so brightly.” 이 가사는 이처럼 밝 게 빛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인지, 혹은 어떤 때도 그렇게 밝지 않았다는 이야기일까. 나는 잘 모 르겠고, 앞으로도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하건데, 도시라는 별이 블랙홀이 되어 모두를 알 수 없는 중심으로 빨아들이기 보다는, 좋은 균형을 이루어 오래 별로 남아 빛나주기를 바란다.
07 October 2023
나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의 1/5인 거의 천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거대한 도시. 내가 자란 동네는 외각의 주거단지라 비교적 조용했으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 면 쉽게 번화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번화가에는 늘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게들은 몇 년이 지나면 자취를 감추었고,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탄생했다. 해외에서 살게 되어 한국에 1년에 한번이나 들어가게 되자, 그 사실은 더욱 선명해졌다. 작년에 갔던 거리와 올해에 간 거리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고, 건물은 점점 더 새롭게 리모델링 되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서울에 오니 별천지 같아’라는 말을 입버릇처 럼 하게 되었다.
내게 익숙한 또 다른 도시는 조부모님이 사는 도시이다. (도시 이름은 밝히지 않을테니, 당신 주변 의 작은 도시를 떠올려 보시길.) 서울에 비해 그 곳은 모든 변화가 느렸다. 건물은 여전히 낮았고, 다니던 가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며, 길도, 강도, 다리도, 사람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 다. 그것은 정감이 갔으나, 많은 경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관리되지 않아 걷잡을 수 없이 낡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곳이 다 낡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통 가옥이 모여있는 거리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탔고, 많은 젊은이들이 놀러 왔다. 나 또한 대학생 때 친구들과 그 거리에 놀러갔고, 그 거리의 모습은 내가 십년 넘게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음식, 색다른 숙소, 잘 꾸며진 가게들! 하지만 정작 그 도시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던 할머니는 그 거리를 가지 않은 지 10년이 넘으셨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그 거리로 나들이를 갔지만, 우리는 입구 쪽에만 잠시 머물다가 돌아왔다.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셨고, 거리는 우리가 천천히 산책하기엔 너무 붐볐다. 관광 거리에는 매일매일 갱신되는 핫!플레이스가 가득했지만 그 외의 도시 주민의 일상을 채우는 대부분의 공간들은 그저 해안가 방파제처럼 시간에 부딪혀 낡아가고 있었다. 통계는 2000년 이후 로 그 도시의 0-30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더 큰 도시로? 서울로? 그렇다면 무엇을 위하여?
도시에도 별이 뜬다. 지상의 별이. 밤이 되면 안에서 켠 등으로 환하게 빛나는 유리 건물들, 수많 은 네온사인과 가게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 도로에 길게 늘어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마치 내가 은하의 일부이고, 별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곳. 고백하자면 나 또한 대도시와 핫 플레이스를 사랑한다. 기반시설, 식당, 카페, 이벤트, 인파, 내 삶을 다양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러나 이따금 기억으로만 남은 옛 동네의 모습이 생각날 때라던가, 번화가의 사 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라던가,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린 전통거리 앞에서 멈춰선 힐머니의 발걸음이 떠오르면 머리 속에 물음표가 뜬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을 가진다. 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과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힘의 균형을 이룰 때 빛을 내며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별이 엄청나게 커지면 내부에서 아무리 폭발이 일어나도 중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져 중앙의 한 점으로 모이게 된다고 한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별이 자신의 중력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블랙홀이라고 되는 것이다. 도시의 중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나는 몇몇 도시에 관한 노래를 좋아한다. 한 노래는 말한다.. “All I see is lonely people in clouded room
…This city gonna break my heart, this city’s gonna love me and then leave me alone, this city got me chasing stars…” 그리고 다른 노래에서는 말한다. ”city of star, are you shining just for me, city of star, there’s so much I can’t see”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City of stars, you never shine so brightly.” 이 가사는 이처럼 밝 게 빛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인지, 혹은 어떤 때도 그렇게 밝지 않았다는 이야기일까. 나는 잘 모 르겠고, 앞으로도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하건데, 도시라는 별이 블랙홀이 되어 모두를 알 수 없는 중심으로 빨아들이기 보다는, 좋은 균형을 이루어 오래 별로 남아 빛나주기를 바란다.